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슬픔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글(詩):김영랑
▶ 낭송 : 고은하
▶ 편집 : 송 운(松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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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古寺)
/ 조지훈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西域萬里) 길
눈부신 노을 아래
모란이 진다.
1946년 박목월,박두진,조지훈
공동시집 <청록집>
모란
/ 송기원
그럴 줄 알았다
단 한번의 간통으로
하르르, 황홀하게
무너져내릴 줄 알았다
나도 없이
화냥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