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에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 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詩 :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
편집 :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