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갤러리(gallery)

봄비 -남진우-

신데렐라임 2015. 4. 13. 21:14


누가 구름 위에
물항아리를 올려놓았나

조용한 봄날 내 창가를 지나가는 구름

누가 구름 위의 물항아리를 기울여 

내 머리맡에 물을 뿌리나

조용한 봄날 오후

내 몸을 덮고 지나가는 빗소리

졸음에 겨운 내 몸 여기저기서 싹트는 추억들


-남진우 作 <봄비>


■군더더기없이 좋은 시다. 

비는 계절마다 그 느낌을 달리한다.
겨울비는 냉정하고, 여름 장마는 장엄하다. 가을비가 쓸쓸하다면 봄비는 다정하다. 봄에 내리는 빗소리는 시인의 말처럼 "조용한 봄날 오후 / 내 몸을 덮고 지나가는" 소리와 같다. 

내 몸을 덮어줄 만큼 다정한 비.
그 비의 느낌을 간결하게 정리해준다. 

바쁘게 살다보니 창가에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봄비를 바라본 기억도 참 오래됐다. 올봄에는 꼭 순정한 마음으로 봄비를 한 번 바라봐야겠다. "내 몸 여기저기서 추억이 싹트는"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