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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 그림에 숨겨진 비밀

신데렐라임 2016. 4. 7. 22:10


신윤복 그림에 숨겨진 비밀



춘정만원


그림 앞의 나무에 봉오리가 져 있는 것으로 봐서 봄날이다. 부채를 손에 든 남자와 봄나물을 캐서 바구니에 담아가는 아낙의 모습이 보인다. 남자는 낮술을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남자가 아낙에게 다가가 “거기 뭐 있소?” 하며 바구니를 슬쩍 당긴다.

“쉽게 말해 성희롱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이 가히 싫지 않은 표정입니다. 배시시 웃고 있어요. 그리고 혜원의 그림에는 남녀의 성적인 부분을 은근하게 비유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바구니와 지붕에 불룩하게 솟은 기와가 그렇군요. 그렇게 보니, 남자가 바구니 안을 들여다보는 행위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러면 혜원은 이러한 남자의 추태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혜원의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림과 함께 제발(題跋 : 그림과 함께 쓰인 시나 글귀)을 함께 봐야 한다. 「춘색만원」의 제발은 다음과 같다.

    봄빛 뜨락에 가득 차니 : 春色滿園中(춘색만원중)
    꽃은 흐드러지게 붉게 피었구나 : 花開爛漫紅(화개란만홍)


“봄날의 꽃처럼 남녀의 춘정도 흐드러지게 피었다는 뜻입니다. 남자의 성희롱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순환처럼 청춘 남녀의 춘희는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삼추가연


이번 그림은 다소 수위가 높다. 무엇을 그려놓은 그림일까. 이 그림은 조선 화단에 유일하게 남은 초야권을 사는 장면이다. 초야권이란 첫날밤의 권한을 뜻한다. 중세 서양에서는 봉건영주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 처녀들의 초야권을 가지고 있었다. 처녀들이 시집을 가기 위해서는 영주와 먼저 첫날밤을 치러야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공공연히 기생들의 초야권이 매매가 되었다. 단, 초야권을 살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보장해줘야 한다. 우선 상당기간 동안 먹을 음식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또 그 기간만큼 입을 옷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원앙금침 한 채를 해줘야 한다. 초야권을 사는 풍속에 관한 내용은 당대의 기록에 남아있다.

“그림 속의 남자는 옷을 입고 있나요? 벗고 있나요? 입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왜냐하면, 남자의 상투를 한번 보세요. 머리카락이 다 삐져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보세요. 아직 속옷을 다 추스르지 못했습니다. 이미 저 들판에서 일을 다 치른 거예요. 저 어린 기생은 황망하기 짝이 없는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반해, 남자는 야심을 채운 눈빛과 낯빛입니다.”

그리고 남녀의 사이에 늙은 할미가 보인다. 깡마르고 간교해 보이는 할미는 남자에게 큰일 치렀다고 술잔을 권하면서, 어린 기생을 달래고 있다. 이 할미는 어린 기생에게 “이제 네 팔자는 핀 거다. 이 서방님이 너한테 뭐도 해주고 뭐도 해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할미가 바로 매춘을 중개하는 뚜쟁이다. 이 할미는 오늘 일로 두둑이 자신의 중개료를 챙길 것이다. 신윤복은 이 그림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놓았다.

    국화꽃 쌓인 집은 도연명이 사는가 : 秋叢繞舍似陶家
    빙 두른 울타리에 해가 기우네 : 遍繞籬邊日漸斜
    꽃 중에 국화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 不是花中偏愛菊
    이 꽃 지면 다른 꽃이 없다네 : 此花開盡更無花


“혜원은 참 뻔뻔스러운 장면을 그려놨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혜원이 두 구절이 저 서방의 그림에 써놓은 시입니다. 저 시는 당나라 원진의 시를 따온 것입니다. 마지막 시커먼 뱃속과 겹칩니다.

혜원은 남녀의 춘정을 그릴 때도 풍자와 해학 면에서 ..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이 여자가 아니면 다른 여자가 나타나지 않을 거 같아’라는 뜻이에요. 이 얼마나 뻔뻔하고 의뭉스러운 선 화단을 통틀어 최고였습니다.


소년전홍


이 그림에서 남자의 행위는 좀 더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확 잡아끌고 있다. 남자의 사방관 속에 상투가 있는 걸로 봐서, 남자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여자는 형색으로 보아 몸종인 듯싶다. 당시에는 가슴이 살짝 보이는 짧은 저고리가 유행이었다.

“저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남자가 봄날의 갈급한 색정을 주체 못하고 마당을 지나가는 몸종의 손목을 잡아끌고 있군요. 아무래도 남자의 아내가 집을 비운 상황 같아요. 그런데 몸종은 엉덩이를 쭉 빼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서방님, 마님이 돌아오실 시간이 된 거 같은데요’하는 표정으로 응대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소년전홍(少年剪紅)이다.

젊은이가 붉은 꽃을 꺾는다는 뜻이다. 혜원은 이 몰지각한 유부남을 손가락질하며 나무라기라도 하는 것일까. 혜원의 생각은 역시나 그가 적어놓은 제발 속에 숨어있다.

    빽빽한 잎에 짙은 초록이 쌓여가니 : 密葉濃堆綠(밀엽농퇴록)
    가지가지 붉은 꽃잎 떨어뜨리네 : 繁枝碎剪紅(번지쇄전홍)


“초록은 청춘의 엽록소를 뜻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면 꽃도 자연히 떨어지게 되어있죠. 욕정을 자연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순리라는 거예요. 혜원은 이번에도 남자의 욕정을 옹호하고 있군요."



혜원 신윤복은 화원으로서 벼슬은 첨정(僉正)에 올랐으며, 단원 김홍도, 긍재 김득신, 오원 장승업과 더불어 조선 4대 풍속화가로 손꼽힌다.

혜원은 주로 풍속화를 그렸으며, 산수화와 영모화(翎毛畵, 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에도 뛰어났으며, 춘화 작품도 남아 있다. 신윤복의 풍속화 등은 소재 선정부터, 구성, 인물들의 표현 방법과 설채법 등에서 김홍도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신윤복은 남녀간의 정취와 낭만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 섬세하고 유려한 필선과 아름다운 채색을 즐겨 사용하여 그의 풍속화들은 매우 세련된 감각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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