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가 되어
Music :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
여보,
당신과 부부의 연(緣)을 맺은 지도 이미 40년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봄꽃? 여름비? 가을낙엽? 겨 울눈 맞기를 거의 15,000일이나 되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두 아이 다 제 둥지를 틀었건만, 한 둥지는 허물어졌지만…….
불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 가지 종류의 자식이 있다.
하나는 전생에 업이 있어
빚을 갚으러 온 자식과 빚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다 라고….
문설(文 雪)여사! 연리(連理)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안이 비슷한 두 나무가 합쳐져 하나로 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나무의 줄기가 부딪쳐 벗겨지고 으깨져서 진물이 흐르는 숱한 고난을 겪은 다음에 한 나무로 되는 것을연리목(連理木)이라 합니다.
또 두 나무의 가지가 합쳐 지는 것을 연리지(連理枝)라고 합니다.
연리지가 되기는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가지가 쉴새없이 흔들리니깐요.
우리 부부가 연리를 이룬지 벌써 40년,
둘이서 한 나무가 되어 나이테를 그린 것이 40줄입니다.
부부 목리문(木理紋) 동심 원(同心圓)이 되어 더 넓고 깊게 그려 나갈 것입니다.
중국의 대시인 백거이(白樂天는) 그의 시 ‘장한가(長恨歌)’에서 이렇게 읊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서 만나면 비익조( 比翼鳥)가 되고,
이승에서 만나면 연리지(連理枝)가 되세.”
비익조(比翼鳥)는 눈도 날개도 하나뿐인 신화 (神話)속의 새입니다.
눈과 날개가 하나이기 때문에 암수가 합치지 않으면날 수 없는 새라고 합니다.
비목어( 比目魚)라는 물고기도 있습니다.
그 유명한 외눈 물 고기의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부부의 68%가 다시 만나기 싫다고 했고,
한 라디오방송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금 남편과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여성이 무려 80%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백년해로(百年偕老)라는 말은 아마 그 참된 의미를 골동품점(骨董品店)에나 가야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우리는 저녁마다 가는 산책길에서 요즈음 보기 어려운 무지개를 보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그 것도 쌍무지개를 말입니다.
마치 한 쌍의 부부처럼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에다 두 다리를 굳건히 딛고 서 있었습니다.
유년시절의 무지개 저편에는 일곱가지 희망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꿈들도 시나브로 줄어들어등이나 긁어주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부부나이 40년, 인생나이 60년은
서로 등 이나 긁어주는 재미로 사는 나이라고 합니다.
부부란 그런가 봅니다.
혼자서는 긁을 수 없는 곳을 긁어주 고,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을 도와서 하는 사이인 가 봅니다.
여보,
두 나무가 한 나무로 되는 과정이 부부가 되는 과정과 많이 닮아
예로부터 연리는 부부 사랑이나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할 때 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부부라는 인연으로 합환목(合歡木)의 부부나이테를 만든 지 오랩니다.
우리는 무슨 나무로 연리 부부 나이테를 만들었을까?
소나무일까, 참나무일까? 나는 못생긴 소나무였으면 합니다.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오래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 생긴 나무는 일찌감치 베어져 다른 용도 로 쓰이니깐요.
어느 산골짜기를 지키는 못 생긴 나무 부부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오래 동안 같이 보듬었으면 합니다.
이승에서는 연리목이 되고, 저 세상에서는 비익조가 되는
부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문설여사!
오늘도 우리는 연리지처럼 팔짱을 끼고
근린공원(近隣公園) 둔덕을 두어 바퀴를 돕니다.
우리도 저 무지개처럼 살아온 세월이 아름답도록
부부 간의 영원한 느낌표를 찍으며
얘깃거리를 만들며 살아 가도록 합시다.
2013년 7월 30일 당신의 한쪽 나무가.....
글 : 정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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