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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詩人)의 인생

신데렐라임 2020. 4. 30. 20:51

 

                                       

'풀꽃' 시인(詩人)의 인생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 라는 詩人이죠. 시골 초등학교 교장(校長)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 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 된 시(詩)가 하나 있습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라는 제목(題目)의 시(詩)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 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 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 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 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 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집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 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 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마는...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