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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상 / 용혜원

신데렐라임 2017. 10. 26. 20:47


가을단상 / 용혜원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가을은 시작하는 것

우리들 가슴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거리로 나서고


외로움은 외로움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낙엽과 함께 날리며 갑니다


사랑은 계절의 한 모퉁이 공원 벤치에서

떨리는 속삭임을 하고

만남은 헤어짐을 위하여 마련되듯,

우리들의 젊은 언어의 식탁엔

몇 가지의 논리가 열기를 발산할 것입니다


가을이 푸른 하늘로 떠나갈 무렵,

호주머니 깊이 두 손을 넣은 사내는

어느 골목을 돌며 외투깃을 올리고

여인들은 머플러 속에

얼굴을 감추고 떠날 것입니다


모든 아쉬움은

탐스런 열매들을 보며 잊혀져가고

초록빛들이 사라져갈 무렵

거리엔 빨간 사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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