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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있는 동네 / 이오덕

신데렐라임 2017. 10. 27. 21:22

 



 

 

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두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꾹이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 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