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있는 동네 -이오덕-
어머니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연두빛 잎사귀 눈부신 뜰마다 햇빛이 샘물처럼 고여 넘치면 철쭉꽃 지는 언덕
진종일 뻐꾹이 소리 들려오고 마을 한쪽 조그만 초가 먼 하늘 바라 뵈는 우리 집 뜰에 앉아 어디서 풍겨 오는 찔레꽃 향기 마시며
어머니는 나물을 다듬고 나는 앞밭에서 김을 매다가 돌아와 흰 염소의 젖을 짜겠습니다
그러면 다시 짙푸른 그늘에서 땀을 닦고 싱싱한 열매를 쳐다보며
살아갈 세월이 우리를 기다리고
가지마다 주홍빛으로 물든 감들이 들려줄 먼날의 이야기와 단풍 든 잎을 주우며 불러야 할 노래가 저 푸른 하늘에 남아 있을 것을
어머니 아직은 잊어버려도 즐겁습니다 오월이 왔어요 집마다 감나무 서 있는 고향 같은 동네에서 살아갑시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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