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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바닷가에 대하여」

신데렐라임 2018. 4. 4. 10:30



정호승,「바닷가에 대하여」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낭송: 도종환)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열림원)



그 대는
어떤 날 바다를 찾아가시는지요.

새들과 함께
수평선을 걸어가고 싶은 날
바다로 달려가시나요?

괴롭고 눈물이 날 때면
바다를 찾아가시나요?

그럴 때 찾아가는 바다는
어떤 바다인지요?

그럴 때 찾아가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대도
그런 그 대만의
바닷가가 있는지요?

문학집배원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