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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대,「그대의 발명」

신데렐라임 2018. 4. 8. 21:40




박정대,「그대의 발명」



그대의 발명
박정대(낭송: 윤미애)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시집 『아무르 기타』(문학사상),
예술위원회 선정 2005년 1분기 우수문학도서



느티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이 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고독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고독도,
가을 저녁도,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초저녁별들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도

다 음악이 되는 저녁

그대도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며

가슴에서
음악소리 울려옵니까.

문학집배원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