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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낙엽끼리 모여 산다」

신데렐라임 2018. 4. 8. 21:32

                                                           




조병화,「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조 병 화(낭송: 도종환)

낙엽에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시집
『하루만의 위안』, 동문선



푸르던 잎들이
낙엽이 되어 누워있습니다.

낙엽은
낙엽끼리 모여삽니다.

지나간 날은
생각지 않기로 합니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가서,

슬픔을 디디고
돌아오는 우리의 생.

그래도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그곳은 어디일까요?

문학집배원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