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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신데렐라임 2018. 11. 12. 20:23


 
이런 벗 하나 있었으면...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에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 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다시 피는 꽃' 중에서 - 편집 : June